학원 강사, 계절성 업무, 프로젝트 단위 계약직처럼 같은 회사와 계약을 맺었다가 끝나고, 몇 주에서 몇 달 쉰 뒤 다시 계약하는 일이 반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퇴직금이나 무기계약직 전환(2년 초과 사용)을 따질 때 "앞 계약과 뒤 계약을 합쳐서 볼 수 있느냐"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공백기가 있다는 것만으로 근속연수가 자동으로 끊기지도, 자동으로 이어지지도 않습니다. 여러 사정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계약이 공백 없이 곧바로 갱신된 경우는 원칙적으로 전체 기간이 합산됩니다. 이 부분은 계약직 반복 갱신과 전적 시 근속연수에서 다뤘고, 이 글은 계약 사이에 공백이 있는 경우를 다룹니다.
대법원이 보는 판단 요소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6두63705 판결은, 반복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이 있을 때 다음 요소를 종합해 "공백기간 전후의 근로관계가 단절 없이 계속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 공백기간의 길이
- 공백기간 전후 총사용기간 중 공백기간이 차지하는 비중
- 공백기간이 생긴 경위
- 공백기간 전후의 업무 내용과 근로조건의 유사성
- 공백기간 동안 사용자가 그 업무를 어떻게 대체했고 근로자에게 어떤 조치를 했는지
- 공백기간에 대한 당사자의 의도나 인식
- 다른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한 반복 갱신 관행
계속근로가 인정된 경우: 방학·비수기처럼 업무 성격상 공백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대입학원 종합반 강사 사건)은, 반복 체결된 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이 있더라도 그 기간이 전체 계약기간에 비해 길지 않고, 계절적 요인이나 방학기간 등 업무 성격에서 비롯됐거나, 대기기간·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 같은 사정이 있어 그 기간에 근로를 제공하지 않거나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근로관계의 계속성은 그 공백기간 중에도 유지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원래 그 기간엔 일이 없는 구조"라서 생긴 공백이고, 끝나면 당연히 다시 일하는 게 전제였다면 앞뒤 기간을 합산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계속근로가 부정된 경우: 퇴직 처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진 공백
반대로 앞서 언급한 2016두63705 판결의 사안에서는 약 3개월의 공백기간을 두고 기간제 계약을 다시 맺은 근로자에 대해 계속근로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판단에 영향을 준 사정은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 공백기간 시작 시점에 퇴직금을 수령했음
- 공백기간 동안 해당 회사에서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격이 유지되지 않음
- 사용자가 "내년에 일이 많으면 부르겠다"는 정도로만 말해, 지속적인 고용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기 어려움
- 기간제법상 2년 사용 제한을 회피하려고 일부러 공백을 둔 정황도 없었음
내 경우를 점검해볼 체크리스트
| 계속근로 인정 쪽으로 기우는 사정 | 단절 쪽으로 기우는 사정 |
|---|---|
| 공백이 짧고, 전체 기간에 비해 비중이 작음 | 공백이 길고 비중이 큼 |
| 방학·비수기 등 업무 성격상 원래 생기는 공백 | 일감이 끊겨 실제로 계약이 종료된 공백 |
| 공백 전후 업무·근로조건이 같음 | 공백 후 업무나 조건이 크게 바뀜 |
| 복귀를 전제로 한 안내가 있었음 | 재계약 여부가 불확실했음 |
| 퇴직금을 받지 않았고 4대보험 상실 처리도 없었음 | 퇴직금 수령, 4대보험 상실신고가 이뤄짐 |
| 다른 계약직들도 같은 방식으로 반복 갱신됨 | 공개채용 절차를 새로 거쳐 재입사함 |
| 2년 사용 제한을 피하려고 일부러 공백을 둔 정황 | 기간제법 회피 의도가 보이지 않음 |
마지막 줄의 "일부러 공백을 둔 정황"은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사정입니다. 회사가 무기계약직 전환(2년 초과 사용 시 무기계약 간주)을 피하려고 형식적으로 짧은 공백을 끼워넣었다면, 법원은 그 공백을 근로관계의 단절로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공백기간이 몇 개월 이하면 무조건 이어지는 기준이 있나요? 아닙니다. 법원은 "몇 개월 이하면 계속근로" 같은 기계적 기준을 두지 않습니다. 같은 3개월 공백이라도 방학처럼 업무 구조상 매년 반복되는 공백이면 이어진다고 볼 수 있고, 퇴직금을 정산받고 일이 끊겨 생긴 공백이면 단절로 볼 수 있습니다.
공백기간 동안 실업급여를 받았는데, 그러면 무조건 단절인가요? 실업급여 수급은 당시 근로관계가 종료됐다고 볼 사정 중 하나로 고려될 수 있지만, 그것 하나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공백의 경위와 복귀 전제 여부 등 다른 요소와 함께 종합 판단됩니다. 반대로 계속근로가 인정되는 구조였는데 실업급여를 받았다면 수급 요건 자체가 문제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공백기간도 근속연수에 포함돼 퇴직금 계산 기간에 들어가나요? 2004다29736 판결은 이런 경우 "근로관계의 계속성은 그 (공백) 기간 중에도 유지된다"고 표현했습니다. 즉 앞뒤 계약만 따로 합산하는 게 아니라, 공백기간을 사이에 둔 전체 기간을 하나의 계속근로로 볼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공백기간을 계속근로연수에 어떻게 산입할지는 사안마다 다툼이 있을 수 있어, 금액이 큰 퇴직금 분쟁이라면 관할 고용노동청이나 노무사 상담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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