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연수는 입사일부터 지금까지 날짜만 세면 되는 단순한 숫자처럼 보이지만, 계약직으로 재계약을 반복했거나 계열사로 전적한 적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회사에서 몇 년째 일했다"는 감각과 법이 인정하는 계속근로기간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 근속연수가 이어지고 어떤 경우에 끊기는지,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근속연수(계속근로기간)란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근속연수"나 "계속근로기간"을 직접 정의한 조문은 없습니다. 대신 판례를 통해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한 기간"으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핵심은 근로계약서상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근로관계가 끊기지 않고 이어졌는지입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다시 썼는지, 회사 이름이 바뀌었는지 같은 형식적인 사정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실제로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사정이 있었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계약직을 반복 갱신했다면 — 원칙은 전체 기간 합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사용자가 기간제근로자를 2년을 초과해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하면서, 반복 갱신된 경우에는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넘는지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백기 없이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갱신됐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계약부터 최종 계약까지 전체 기간이 이 계속근로한 총기간에 포함된다고 봅니다. 즉 1년짜리 계약을 세 번 갱신해 3년째 일하고 있다면, 근속연수도 원칙적으로 3년으로 계산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7두61874 판결은, 재계약 과정에서 공개채용 절차를 다시 거치는 등 기존 계약의 단순한 갱신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에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시점에 근로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경우 그 시점 이전 근무 기간은 이후 기간과 합산되지 않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재계약이 형식적인 서류 갱신이었는지, 아니면 채용공고·서류전형·면접 같은 별도의 신규채용 절차를 거친 것이었는지가 핵심 판단 요소입니다.
다른 회사로 전적·전출했다면 — 원칙은 근속연수 끊김
전적은 원래 다니던 회사와의 근로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회사(주로 계열사)와 새로 근로계약을 맺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근로관계가 승계되지 않고, 근속연수도 전적한 시점부터 새로 계산됩니다.
입사할 때 "회사 사정에 따라 계열사로 전적될 수 있다"는 포괄적 동의서에 서명했더라도, 이 동의는 전적 인사발령 자체를 유효하게 만드는 요건일 뿐(전적할 기업과 그곳에서 맡을 업무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유효한 동의로 인정됩니다) 근속연수 통산 여부와는 별개 문제입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계열사로 인사이동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근속연수가 통산되지 않는다고 본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29970 판결).
근속연수가 통산되려면 다음 중 하나가 필요합니다.
- 전적 당사자 사이에 종전 근무기간을 통산하기로 하는 별도의 특약이 있는 경우
- 전적하는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회사 근무기간을 통산한다는 규정이 명시된 경우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17575 판결)
반대로 회사가 합병되거나 영업 전체가 다른 회사로 양도된 경우는 성격이 다릅니다. 이때는 근로관계 자체가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이라, 별도 특약이 없어도 근속연수가 원래 회사에서부터 그대로 이어집니다. 내가 겪은 인사이동이 '전적'인지 '영업양도·합병에 따른 소속 변경'인지 헷갈린다면, 인사팀에 발령의 법적 근거를 확인해보는 게 정확합니다.
근속연수가 끊기면 실무적으로 뭐가 달라지나
근속연수가 새로 시작되면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하는 법정 혜택도 함께 재기산됩니다.
- 가산연차: 근로기준법 제60조 제4항에 따라 3년 이상 근속한 근로자는 매 2년마다 연차가 1일씩 추가되는데(총 휴가일수 25일 한도), 근속연수가 리셋되면 가산연차도 처음부터 다시 쌓입니다.
- 퇴직금: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에게 지급 의무가 발생하므로, 근속연수가 끊기는 시점에 그동안의 퇴직금을 정산받고 새 회사 기준으로 다시 1년을 채워야 퇴직금이 발생합니다.
- 장기근속수당·정년 관련 사내 제도: 법정 의무가 아니라 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 사항이라, 전적·이직 시 통산 여부를 회사 규정에서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내 입사일 기준 근속연수가 정확히 몇 년 몇 개월인지는 근속연수 계산기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직으로 일하다 같은 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계약직 때 일한 기간도 근속연수에 포함되나요? 네, 원칙적으로 포함됩니다. 정규직 전환은 같은 회사에서 근로계약의 형태만 바뀌는 것이고 근무 자체는 공백 없이 이어지므로, 별도의 신규채용 절차를 거쳐 새로운 근로관계가 형성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직으로 근무한 기간부터 계속근로기간에 산입됩니다.
파견 근로자로 일하다 사용업체에 직접고용되면 근속연수는 파견 때부터 계산되나요? 파견업체와 사용업체는 별개의 법인이라 근로계약 당사자 자체가 바뀌므로, 원칙적으로는 직접고용된 시점부터 그 회사에서의 근속연수가 새로 계산됩니다. 다만 파견법상 직접고용 의무가 언제 발생했는지에 따라 임금 등 처우 산정 기준일이 달라질 수 있어, 구체적인 인정 범위는 사업장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회사가 법인을 새로 설립하면서 재입사 형식으로 계약서를 다시 쓰게 했는데, 근속연수가 끊기나요? 같은 사업과 업무가 실질적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조직변경·회사분할·영업양도처럼 근로관계가 실질적으로 승계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면, 형식적으로 계약서를 다시 썼더라도 근속연수는 끊기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대로 별도 법인이 독자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 새로 뽑은 것이라면 근속연수가 새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법령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근로기준법에서, 판결 전문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