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안 썼으니 원래 약속한 건 없던 걸로 하자"는 식으로 나오는 회사가 있습니다. 실제로 근무 조건에 대해 말로만 합의하고 일을 시작했다가, 나중에 회사가 말을 바꾸면 "증거가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근로계약서가 없어도 근로계약 자체는 유효합니다. 서면으로 안 써준 것은 근로자가 아니라 회사의 잘못입니다.
구두 합의만으로도 근로계약은 유효합니다
근로계약은 서면으로 작성해야만 성립하는 요식계약이 아니라, 당사자 간 합의만으로 성립하는 낙성·불요식 계약입니다. 즉 면접 자리에서 임금과 근무조건에 대해 말로 합의하고 출근하기 시작했다면, 그 시점부터 근로계약은 이미 유효하게 성립한 것입니다. 서면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근로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서면 교부는 근로계약의 성립 요건이 아니라 회사의 별도 의무입니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가 임금,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 핵심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해서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이건 근로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계약이 이미 성립한 것을 전제로 회사가 추가로 이행해야 하는 별개의 의무입니다. 이 의무를 어겼다고 해서 이미 성립한 근로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반하면 근로자 신분에 따라 처벌 방식이 다릅니다
-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으로 제114조제1호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여러 근로자에게 동시에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면 근로자별로 각각 벌금이 산정될 수 있습니다.
- 기간제·단시간근로자(계약직·아르바이트 등):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 위반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행정처분)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실무상 1차 위반 시 통상 240만원 수준에서 부과되고, 위반이 반복되면 금액이 올라갑니다.
최근 행정해석과 판례는 두 조항이 서로를 배제하는 특별법·일반법 관계가 아니라고 보고 있어서, 사안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17조(벌금)와 기간제법 제17조(과태료)가 함께 문제 될 여지도 있다고 해석됩니다. 어느 쪽이든 핵심은 같습니다. 서면 미교부는 명백한 위반이고, 책임은 회사에 있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대응하나요
- 근로조건 관련 대화는 기록으로 남깁니다. 문자, 카카오톡, 이메일로 임금이나 근무시간을 확인한 내용이 있다면 나중에 근로조건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 서면 교부를 서면(문자·이메일 포함)으로 요청합니다.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받고 싶습니다"라고 요청한 기록 자체가 회사의 의무 불이행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됩니다.
- 관할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임금 체불 등 다른 문제와 별개로, 서면 미교부 자체만으로도 진정 대상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근로계약서를 안 썼는데 회사가 처음 말했던 것보다 적은 임금을 주려고 합니다. 구두로 합의된 임금이 실제 근로조건입니다. 서면이 없다고 해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조건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합의된 조건과 다르게 지급하면 임금체불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대화 기록이나 채용 공고, 문자 내용 등을 근거로 원래 합의된 조건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입사한 지 며칠 안 돼서 근로계약서를 못 받았는데, 이 상태로 퇴사해도 문제없나요? 근로계약서 미교부는 회사의 의무 위반일 뿐, 근로자가 퇴사하는 데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근무한 기간에 대한 임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받을 권리가 있으므로, 근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출퇴근 기록, 업무 지시 내역 등)를 챙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아르바이트인데 사장님이 "알바는 계약서 안 써도 된다"고 합니다. 맞는 말인가요? 아닙니다. 아르바이트(단시간근로자)도 기간제법상 서면 명시 의무 대상입니다. 근무기간이 짧거나 시급이 적다고 예외가 되지 않습니다.
법령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근로기준법 및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